[기자의눈] 선별진료소 지원책, 현장은 가보고 만든 건가요
[기자의눈] 선별진료소 지원책, 현장은 가보고 만든 건가요
  • 시사24
  • 승인 2021.08.1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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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동작구 보건소의 선별진료소. 2021.8.7© 뉴스1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전기가 안 들어온다고 에어컨을 월요일부터 안 틀어주는데 번호표 발급기는 전기 연결을 잘만 해뒀어요."

서울 동작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만난 의료진 A씨는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었다. 지난 7일은 서울 전역에 폭염 경보가 발령된 날이었다.

여름 동안 자치구들은 의료진을 위한다며 폭염 대책을 앞다퉈 쏟아냈다. 선별진료소 대기 시스템을 개선했다고도 홍보했다. 그러나 현장과 보도자료의 괴리는 컸다.

A씨는 대화를 나누는 10분 동안 3번이나 진료소 안쪽에 들어가 번호표를 한가득 뽑아 나왔다. 그는 시민 한명 한명에 검사를 받으러 왔냐고 물어본 뒤 번호표를 손에 쥐여줬다.

앞서 동작구는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기인원 실시간 안내 시스템과 종이 번호표 발급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홍보했다.

시민들이 폭염 속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온라인으로 대기 인원을 확인하고 인근 공원이나 개인 차량 안에서 기다릴 수 있게 한다는 취지였다.

의료진들은 정작 번호표를 받은 뒤 진료소 외부에서 대기하는 시민은 별로 없고 업무 부담만 늘었다고 했다.

A씨는 "구청 분들은 우리가 불편하다니까 왜 기존에 하던 방식으로만 하려고 하냐고 하더라"며 "대기인원 파악만 중요하고 의료진 편의는 생각 안 해주는 느낌"이라고 했다.

다른 자치구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만난 의료진 B씨는 구청 사람들이 자꾸 감사를 강요한다고 했다.

선별진료소에 쿨링포그를 설치한 뒤로 구청 직원들이 '설치하니까 좋지 않으냐'는 질문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작 쿨링포그는 의료진보다 구청 직원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며 "설치해줬으니 고마워하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B씨는 사실 쿨링포그가 불편하다고 했다. 자꾸만 페이스 쉴드 위로 물이 떨어져서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다. 차라리 에어컨을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게 B씨의 솔직한 심정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쿨링포그 설치 이유를 묻는 통화에서 구청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폭염에 지친 의료진들을 위해 설치했다"고 말했다.

선별진료소 관련 대책과 시스템을 내놓기 전후에 현장 목소리를 한 번이라도 귀담아들었는지 묻고 싶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함께한 지 2년째다. '의료진들이 고생한다'는 말로만 끝내지 말고 이들이 덜 고생할 방법을 고민할 때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