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해군 여중사 사건…국회 가서야 드러난 2차 가해
[기자의 눈] 해군 여중사 사건…국회 가서야 드러난 2차 가해
  • 시사24
  • 승인 2021.08.23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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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제2함대 사령부. 2021.8.13/뉴스1 © News1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해군에서 여성 부사관(A중사)이 성추행 피해 신고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발생한 지 22일로 열흘째가 됐다.

이 사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부대 상관(B상사)는 군형법상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또 소속 부대 주임상사(C상사)와 부대장(D중령)은 각각 A중사로부터 성추행 피해 관련 보고(신고)가 있었음을 B상사와 다른 부대원들이 알 수 있게 한 혐의(군인복무기본법상 '신고자에 대한 비밀보장' 위반)로 형사 입건됐다.

특히 지난 20일엔 그간 의혹만 무성했던 B상사의 '2차 가해' 사실이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를 통해 공식 확인되기도 했다.

국방부 자료를 보면 해군 2함대 예하 도서지역 부대 소속인 B상사는 올 5월27일 A중사를 추행해 C상사로부터 '행동을 주의하라'는 지적을 받은 뒤 A중사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등 무시하는 행위를 지속했다.

이는 해군 당국이 13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이번 사건 개요 등을 설명했을 땐 등장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해군 당국이 기자단 설명에 앞서 A중사에 대한 '2차 가해' 정황을 파악했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이 당시 해군 당국자도 기자들의 거듭된 관련 질의에 "우리도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국방부와 해군 당국 모두 이번 A중사 사건이 3개월 전 발생한 공군 이모 중사 사망사건과 비교되는 걸 극도로 꺼렸다는 점이다.

군 관계자들은 "이 중사 사건의 경우 성추행 피해 관련 부실수사 의혹과 은폐 시도·회유 등 2차 가해 의혹이 얽혀 있는 반면, A중사는 신고 접수 뒤 정상적 절차에 따라 수사가 진행됐던 상황이기 때문이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해온 상황.

해군 당국은 앞서 기자단 설명에서 A중사가 성추행 피해 당일 C상사에게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강력 요청하는 바람에 사건이 신고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해군 당국은 이달 10일 이뤄진 피해자 조사 결과 등 관련 기록을 근거로 "A중사가 5월27일 이후엔 성추행 피해 사실이 없었다고 했다" "A중사가 6월30일 성고충상담관 상담 때도 피해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었다.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2021.8.2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그러나 A중사에 대한 '2차 가해'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군 당국은 더 이상 두 사건의 유사성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이 중사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지난 3월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이를 신고했다. 그러나 이중사는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장 중사 및 부대 상급자들의 회유·협박, 그리고 부대 전속 과정에서의 신상유출 등 2차 가해에 시달리다 5월21일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올해 군생활 11년차였던 A중사는 연말 상사 진급 평가를 앞두고 도서지역 근무를 자원했다가 부대 전입 사흘 만에 성추해 피해를 당했다.

그리고 그는 가해자와의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70일 넘게 육지로부터 고립된 섬에서 생활했다. 해당 부대원 수는 40명이 채 안 돼 B상사와 매일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A중사의 성추행 피해 신고는 이달 7일 부대장 면담 뒤 9일 군사경찰에 정식 접수됐고, 이후 A중사는 육상부대로 파견 조치되면서 처음 가해자와 분리됐다.

그리고 A중사는 12일 숨지기 전까지 8차례나 성고충상담관의 전화 상담을 받았지만, 군 당국은 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A중사의 성추행 피해에 대한 군 당국의 최초 인지 및 수사 개시 시점이 "해군 측 발표 내용과 다르다"(강대식 국민의힘 의원)는 주장까지 나왔다.

강 의원은 20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2함대 성고충상담관이 7월 도서지역 순회 상담을 했을 때 (A중사에 대한) 강제추행 사건을 인지하고 상부(2함대 사령부)에 보고했다는 정보를 군 관계자들로부터 입수했다"고 밝혔다.

해군 측은 이 같은 강 의원의 의혹 제기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 또한 "수사 대상에 포함시켜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했다.

숨진 A중사는 해군으로부터 '순직' 인정을 받아 이달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 묻혔다.

그러나 A중사가 성추행 피해 이후 어떤 상황에 놓였었는지, 왜 생각을 바꿔 신고했고 어째서 죽음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의문까지도 함께 묻어버려선 안 될 것이다. 그게 바로 A중사를 위해 군이 해야 할 일이다.